
쿠메이 ▶ 연성
쿠메이님의 글을 읽고 그리고 싶은 장면 그리기
길드에 들어선 나츠와 루시의 모습에 길드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웬일로 짧은 옷에 얇은 가디건-작은 단추를 아주 단단히 메고 있어서 배가 보이는 부분까지도 잘 가려냈다-을 걸쳐 입고, 검은색의 오버니삭스에 무릎 아래로 갈색의 부츠를 신고서 몸을 꽁꽁 감춘 스타일의 루시는 낯설어 조용해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왜 그렇게 조용해지는지에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시끌벅적했던 길드가 조용해지는 이상한 기시감에 서둘러 미라젠에게로 다가가는 루시로 의문은 그냥 넘어 가버리고 말았다. 미라젠은 살짝 놀란 기색이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루시를 반겼다.
“그 머플러는 어떻게 된 거야?”
허나 넘어갈 뻔한 의문을 미라젠이 바로 잡아내 버렸다. 그 의문은 바로 나츠가 하고 있어야 할 머플러를 루시가 하고 있어서였는데, 루시는 질문을 받기 전에 일거리를 아무거나 가져가서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자신이 입을 떼기도 전, 직구로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미라젠의 행동으로 인해 입을 다물었고, 주변에 있던 길드원 모두는 곧바로 묻는 거냐! 딴죽을 걸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럴게 미라젠의 궁금증은 모두 갖고 있던 거였으니 말이다. 몇 길드원은 짐작이 가긴 했지만, 그 짐작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기에 루시의 대답을 기다렸다.
“루시가 보이기 싫다고 해서 빌려줬어.”
“나츠―!!!”
미라젠의 대답에 루시가 아닌 그 옆에 있던 나츠가 멋대로 대신해서 답하자 루시는 당황하며 나츠를 멱살을 잡아 뒤흔들었다. 짐작만 하던 그 누구도 확신을 갖지 못했으나 루시의 붉어진 얼굴에, 나츠의 멱살을 잡아 뒤흔들며 슬쩍 흘러내린 머플러 사이로 보이는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과 이빨 자국을 보곤 확신을 기졌다.
둘은 잤고, 목에 했다는 자국을 남겼다는 걸 말이다.
무엇을? 처음엔 어떤 걸 보이기 싫어서 그런 것인가 했던 길드원은 그 무엇이 뭔지 알게 되자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미라젠은 어머나, 하고 놀라 입가에 손을 가져가더니 둘이 그렇게까지 갔다는 걸 눈치채곤 후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루시가 나츠의 머플러를 메고 길드까지 온 것은 오늘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한다.
“이게 뭐야―!!”
자고 일어나 씻으려던 루시는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했다. 루시의 외침에 놀라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나츠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두 눈을 비비며 무슨 일이냐고 몸을 빼꼼 내밀었다. 나츠의 느긋한 태도에 루시는 이것 좀 보라며 제 몸을 가리켰다. 목과 가슴 주변은 울긋불긋한 키스 마크와 나츠의 이빨 자국으로 뒤덮여있었다. 나츠는 그게 뭐 어떻냐고 고개를 갸웃이면, 루시는 이런 것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입을 옷을 고를 수 없다고 발을 동동거렸다. 하긴, 루시의 옷은 하나 같이 노출이 있는 옷들뿐이었으니까.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거든?!”
자기 일이 아니라고 태평하게 침대에 엎드려 말하는 나츠에 루시는 버럭 화를 내며 이걸 어쩌면 좋을지 난감해했다.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있어봤자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기에 루시는 일단 씻고 나올 테니까 나츠, 그동안 생각해놔! 나츠를 향해 삿대질하곤 후다닥, 욕실로 들어갔다. 나츠는 뚱해진 얼굴로 침대에 얼굴을 묻더니 몸을 돌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일부러 한 보람이 없잖아.”
나츠는 심통이 난 얼굴로 천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루시의 곳곳에 흔적을 남긴 것은 나츠가 고의로 한 것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보이는 곳에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고, 자신은 그것에 의문을 가졌으나 투덜대도 소용없다며 타이르는 그녀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쪽이었다. 그녀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분명 그녀는 집에 찾아와도 쫓아내고, 식사 대접 또한 받지 못하게 할 테니까. 그걸 감수하더라도 나츠는 그녀의 몸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요즘 마카오나 와카바가 껄떡대며 루시에게 희롱하는 말을 하는 것이 역겨웠으며, 그동안 길드원이든 아니든 자신 이외의 남자가 루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면 루시가 웃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그로 인해 솟구쳐 오르는 소유욕이 이유였다. 그녀의 말을 어겨서라도 그 꼴을 안 보고 싶었던 나츠는 자신이 한 행동에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루시가 싫어한다면….”
가려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좋으려나. 혼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저렇게 안절부절못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머리에 두 손을 올려 뒷짐을 지던 나츠는 두 눈을 감아 생각에 잠겼다. 허나 제 속에서 꿈틀꿈틀 올라오는 그 소유욕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았기에 제 목적을 이루면서 루시가 원하는 대로 흔적을 가리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됐다. 어떡하지. 심각해진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선 나츠는 머플러를 들고 제 목에 두르려다가 제 목에 난 상처를 보더니, 상처 위로 손을 두곤 천천히 쓸어 만졌다.
“이거다!”
나츠는 좋은 생각을 떠올린 듯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되어 좋은 생각을 떠올린 자신을 칭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씻고 나온 루시가 왜 이리 기분이 좋냐며, 방법은 찾고 그러는 거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옷장으로 가 흔적을 가릴 수 있는 외투와 함께 입을 옷을 고르기 시작했고, 나츠는 방법을 찾았다며 루시에게 제 손에 쥔 머플러를 건네주었다.
“머플러는, ‥왜?”
“오늘 하루 빌려줄게.”
루시는 나츠가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머플러를 제게 빌려준다는 것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어째서? 그 이유를 물으면, 나츠는 자신이 먼저 약속을 어겼으니 머플러로 목을 가려내라는 것이었다. 가슴과 팔을 가릴 수 있는 옷은 찾아 입을 수 있지만, 목은 어떻게 가리면 좋을지 난감해하던 루시는 좋은 생각을 꺼낸 나츠에 어리벙벙했다. 머플러를 함부로 빌려줄 리 없는 나츠였으니까. 아무래도 자신의 말을 어기면서까지 한 행동에 미안함을 느끼고 나츠가 최대한 자신이 해결할 방법을 떠올린 거 같으니, 루시는 열심히 머리를 굴린 나츠를 위해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쩔 수 없네.”
슬 웃던 루시는 나츠가 건넨 머플러를 잡아, 오늘 자신이 입을 옷가지를 들었다. 자신의 머플러를 잡아 든 루시에 나츠는 뭐가 좋은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적이 흐르고도 가만히 있는 나츠를 보곤 안 씻냐고 묻던 루시는 귀찮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구기는 나츠에 버럭 화를 냈다. 얼른 씻고 나와! 발로 뻥 차고 나서야 나츠는 알겠다며 그러다가 넘어질 수 있으니 그만하라고 했다. 자신이 루시에게 맞는 것은 거의 일상이고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때리는 행동으로 인해 루시가 다칠까 봐, 그것부터 걱정하는 나츠에 얼굴을 붉히는 루시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 괜히 소리치며 나츠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얼굴 빨개진 거, 안 들켰겠지?”
루시는 빨개진 두 볼에 손을 얹어 얼굴을 식히려 들었다. 밤에는 자신밖에 모르는 진지한 모습으로 저를 삼키려 들던 나츠가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장난스럽게 굴다가도 저리 자연스럽게 자신을 걱정해주면, 자신을 먼저 생각해주는 그가 너무 좋아서. 그런 그의 모습에 두근, 설렌 이 마음을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서둘러 그를 욕실로 밀어 넣은 루시였다. 그와 이런 관계를 갖고 사귀는 사이라지만, 아직 그가 저만을 생각한다는 것엔 익숙지 않았다.
“익숙해질 법도 됐는데….”
루시는 걸쳐 메고 있던 수건을 흘러내리곤 곧장 옷장에서 꺼낸 옷으로 갈아입었다. 파란색의 십자가 모양으로 보이는 흰색의 웃옷과 푸른색의 스커트, 검은색의 스타킹. 이 옷차림이라면 제 시선에 닿지 않아 살펴볼 수 없는 등이나 다리 안쪽에 그가 새긴 흔적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퍼를 끝까지 채워 올린 후, 거울 앞으로 온 루시는 고개를 들어 목 주변에 새겨진 이빨 자국이나 키스 마크를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우물거렸다. 사실 나츠에게 보이는 곳에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했으나 한구석에선 남겨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제 말을 잘 듣고 보이지 않는 곳에만 흔적을 잘 남기는 그에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가 보다, 살짝 서운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먼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업보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나츠가 자신의 말을 어기고 보이는 곳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조금 기쁘긴 했지만, 그런 마음이 들켜선 안 되기에 일부러 화난 척하며 감정을 숨기곤 욕실로 들어섰던 것이 지금으로 온 거다. 옷은 다 입었으니 이제 목을 가리기 위해 그의 머플러를 메면 된다. 그의 머플러를 멘 자신을 보니 왠지 색다른 느낌과 동시에 그가 해왔던 거랑 폭이 다른 머플러에 그의 체격이 저보다 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츠는 1년의 수행 뒤로 몸에 근육이 붙어 탄탄한 가슴도 생겼고, 겹치던 손 또한 큰 차이가 났다. 나츠의 맨몸과 겹치는 손을 생각하니 어제의 날이 새록새록 떠올라 루시는 난 몰라! 하며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뭘 몰라?”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나온 나츠가 뭘 모르냐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욕실에서 나오자 루시는 화들짝 놀라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서 옷 입고 나가자고 꺼내놨던 가디건을 걸쳐 입으며 나츠에게서 등을 돌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츠는 자신의 머플러를 착용한 루시를 보곤 입꼬리를 올리며 좋아했다. 흔적은 보일 수 없어도, 내 것을 보이면 건드리지 않겠지. 나츠가 머플러를 멘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는지 모른 채, 루시는 당황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나츠에게 보이지 않으려 머플러를 끌어 올리는 것으로 가려냈다.
―그렇게 해서 길드로 온 두 사람인데, 나츠가 멋대로 끼어드는 바람에 루시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 당황한 채 멱살잡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뭐…, 거기서 당황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일거리를 정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면 아무도 눈치를 못 챘겠지만. 루시는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을 거다. 온 신경이 나츠와 자신의 목에 난 흔적이 길드원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 것에 쏠렸으니 말이다.

